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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낙원 한국청소년영상 예술진흥원장 |
역사인물 자원을 활용한 지역 활성화(희곡 작가 임희재를 중심으로) 포럼이 충남 금산에서 열렸다. 밝혀지지 않은 지역의 역사인물과 문화를 재조명하고 금산지역이 갖는 위상을 새롭게 정립하여 밝은 미래를 펼치기 위해서다.
임희재(1919~1971)는 충남 금산군 남이면 성곡리에서 태어나 195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희곡부문에 ‘기류지’가 당선되어 문단에 등단했다. 이후 ‘꽃잎을 먹고 사는 기관차’등 많은 희곡과 시나리오를 통해 한국의 연극 및 영화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임희재가 영화에서 주로 묘사한 것은 6·25사변으로 황폐화된 도시 철거민의 생존양상이며 죽음이다. 그러면서도 구수한 서민들의 인정을 강렬하게 부각시키려 했다.
요즘 대중문화 즉 드라마, 영화, KPOP을 통한 한류가 온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한국의 문화가 세계인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고 있는 것이다. 특히 싸이는 한국 가수 최초로 유튜브 1억뷰를 돌파하며 KPOP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이 같은 싸이의 진기록 행진은 완료된 것이 아니라 현재 진행 중인 상태여서 더욱 눈길을 사로잡는다.
동아시아의 작은 나라 한국에서 시작된 한류. 이제 아시아를 넘어 중동과 남미까지 영향력을 끼치며 할리우드 문화 다음으로 세계적인 장악력을 넓혀가고 있고, 한국문화의 첨병인 한류 덕택에 대한민국은 세계적인 영향력을 가진 문화 강국으로 거듭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한류가 최근에 시작된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임희재의 작품을 분석하면서 다른 해석을 해보았다. 이미 60년대에 미국, 일본, 홍콩, 태국, 대만, 베트남, 동남아 등 13개국에 임희재 각본, 신상옥 감독의 ‘이 생명 다하도록’을 시작으로 7편을 수출했다. 이때부터 한류는 시작 됐고 그 초석을 다지기 시작한 것은 아닌지 조심스럽게 추측해 본다. 임희재는 1957년 ‘황혼열차’를 시작으로 71년까지 각본,각색한 작품이 70여 편이며, 68년에는 무려 12편의 작품을 만드는 초인간적인 열정을 발휘하기도 했다. 멜로, 사극, 코미디, 반공, 문예, 계몽, 액션, 전쟁, 공포에서 하이틴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김수용, 신상옥, 유현목 감독 등 30여명의 감독과 함께 한국영화의 르네상스시대를 만들었다. 이 시기 한국영화 중흥의 신호탄은 이규환의 ‘춘향전’이었다. 춘향전의 성공은 미국영화의 홍수 속에서 한국영화로 관객을 돌려놓게 되는 계기가 되었고 임희재의 ‘초설’은 한국영화의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이다.
한국영화의 새로운 장을 연 임희재는 1970년 초부터 방영된 동양방송 일일드라마 ‘아씨’를 집필했다. 하지만 건강이 악화돼 190회쯤에 이르러 이철향이 대필하기 시작했다. 병마와 싸우면서도 임희재는 마지막 씬 만은 반드시 자신이 써야 한다고 주장할 만큼 ‘아씨’에 강한 애착과 집념을 보였고 결국 하룻밤을 꼬박 새워 원고를 완성했다. ‘아씨’는 드라마의 성공과 텔레비전 대중화의 기반을 마련하면서 대중문화의 시작을 알리는 큰 획을 그은 업적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253회에 걸쳐 방영되는 동안 그때까지의 TV 단일 프로그램 중 최고의 시청률(46%)을 기록했다. 이 작품이 높은 시청률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주인공이 자기희생으로 일관해온 전형적인 한국여성의 운명에 대한 깊은 동정과 공감 때문이었다. 이 작품은 일일연속극의 붐을 일으켜, 다른 방송국에서도 일일연속극을 다투어 신설해 한 방송국에 4, 5편씩 일일극 홍수시대를 이루게 했다. 어떻게 보면 한국적 TV 드라마가 새로 생성됐다고 봐야 할 것이다.
TV 수상기의 급증은 더 이상 극장을 찾지 않아도 되는 이유가 됐다. 영화의 주요 관객층이었던 30, 40대 여성층 관객을 TV가 있는 안방극장에 주저앉히며 영화의 몰락을 가져왔다. 70년 231편이 제작됐던 한국 영화는 72년 112편으로 급감, 영화는 TV 대중화의 직격탄을 맞았다.
이처럼 한국영화의 르네상스 시대를 만들었고, 드라마의 성공으로 텔레비전 대중화의 기반을 만들어 한국 문화예술사에 큰 획을 그을 수 있었던 것은 임희재가 대중문화에 다재다능한 천재였기에 가능했다. 아무쪼록 대중문화가 이 시대의 흐름인 만큼 그의 업적을 조명하고 시대적 의미를 밝혀 대중문화의 본산으로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후진을 양성하는 종합예술제나 시나리오 공모전 등을 개최해 밝은 미래를 펼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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