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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엄마에게 욕설하는 아이, 이유 물었더니

by 박인군 2013. 1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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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부천에 왔지. ○○은 어디 갈 건데?"

가만 들어보니 엄마인 것 같은데 '○○'이라며 이름을 부른다. 설마. 설마 그러겠어? 라며 도리질했지만

통화 내용으로 보아 엄마가 분명했다. 그런데 왜 엄마라고 부르지 않고 이름을 부르는 걸까? '○○씨' 도

아니고 애칭이나 별칭도 아닌 것 같고. 궁금했지만 함께 공부하는 아이들이 있어 좀 참았다가 어느 정도

아이들이 빠진 다음 다른 방으로 데리고 가서 물었다.

"아까 누구랑 통화한 거야?"

"우리 엄마요. 엄마 이름이 ○○이예요."

"그런데 넌 엄마라고 하지 않고 이름을 부르던데?"

"원래 그래요. 우리 언니도 그러는데요?"

당황스럽다. 엄마에게 이름을 부르는 것도 그렇지만 그걸 노골적으로 지적했는데도 대수롭지 않다는

듯한 의연함이라니! 이게 무슨 경우인가? 대체 왜 그러는 걸까? 그런데 한 수 더 뜬다.

"엄마한테 욕도 해요."

 

민선이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2년 남짓 우리 집에 와서 공부하다가 멀리 전학가는 바람인연이 끊

겼었다. 다니는 동안 유난히 나를 힘들게 했던지라 잊을 순 없지만 4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다 보니 그 아

이가 지금 몇 학년일까, 싶을 만큼 가물가물했다. 그런데 얼마 전, 그 아이를 상담했던 선생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도무지 선도가 힘든 아이가 있는데 내게 맡기면 좀 달라지지 않을까 싶어 슬쩍 말을 비췄

더니 예전에 자신을 가르쳤던 선생님이라며 무척 반가워하더란다.

 

그렇게 민선이는 우리 집에 다시 왔다. 현관문을 밀고 들어선 민선이의 얼굴이 활짝 핀 해바라기처럼

환하다. 반쯤은 반말을 하다가 반쯤은 투정을 부리다가. 이 아이를 데리고 어찌 공부할까 싶어 걱정이 

태산인데 따로 얘기를 나눌만한 형편이 아니다. 초등학교 4학년 정도의 아이들이 읽는 책 한 권을 들

려주고 시간을 벌어보려고 했지만 이렇게 어려운 책을 주면 어떻게 하냐며 엄살을 부린다. 그러더니

한 시간 반 동안 몇 장도 넘기지 못하고 몸을 비틀어대다가 스마트폰 삼매경에 푹 빠져 계신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돌아갔을 때 민선이와 마주 앉았다. 왜 엄마를 엄마라 부르지 않고 이름을 부르

지, 4년 동안 어떻게 보는지 등 궁금했던 것들을 물었다. 자기 입으로 '놀만큼 놀았다'고 했으니

그동안 얼마나 엄마 속을 는지는 묻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그런데 그처럼 황망한 말을 스스럼

없이 한다.

"엄마한테 욕도 해요."

깜짝이나 놀라 되물었다.

"엄마가 가만 둬?"

"예."

"언제부터 그랬는데?"

"초등학교 때부터요. 3학년 때부터 그랬어요. 욕만 한 게 아니예요. 엄마에게 온갖 못된 짓 다했어요."

 

어찌하여 그 어린 아이가 엄마에게 욕지거리를 하게 되었는지, 왜 그걸 바잡지 못하고 지금에 이르

는지 궁금했다.

"아빠가 그랬어요. 아빠는 입만 열면 엄마에게 욕을 했어요. 나도 아빠한테 배웠어요."

 

민선이 부모는 부부관계가 원만하지 않았다. 늘 싸웠고 민선이는 엄마 혼자 서럽게 우는 걸 수도 없이

왔다. 민선이는 엄마 아빠가 왜 그렇게 살아야 했는지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도 다 꿰고 있었다. 그

만큼 갈등이 많았기 때문이리라.

 

무능력하고 불성실한 가장이었던 아빠는 생활전면에 나서지 않고 늘 엄마 등에 기대 어영부영 살려고

했다. 그러면서도 남자로서의 자존심은 남아 아내가 조금만 자극해도 참질 못하고 길길이 뛰며 분개

했다. 열등감 때문이었는지 세상에 대한 분노심 때문이었는지는 모르지만 민선이 아빠는 내면에 가

차 있는 화를 민선이 엄마에게 것이다. 궁창(민선이 표현)이었던 아빠는 화가 나면 온갖 상

스런 욕을 하며 엄마를 괴롭혔다. 민선이 아민선이에게 교과서였다. 민선이는 아빠가 하는 것처

럼 엄마에게 막말을 하거나 거칠게 대하면도 죄의식을 느끼지 않았다. 욕설과 거친 행동을 일상적

으로 하다보니 이력이 난 것다.

 

망나니처럼 사는 남편에게 희망이 없다고 판단한 민선이 엄마는 두 딸에게 올인했다. 딸들이 원하는

거나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뭐든 다 해줬다. 대충 대화를 정리할 때가 되었다 싶을 때, 민선이는 매

요한 말을 놓쳤다는 듯 황급히 한 마디를 덧붙인다.

"제가 이렇게 된 건 아빠 영향도 크지만 엄마가 우릴 너무 오냐오냐해서 키워서 그래요. 엄마는 우리

무슨 잘못을 하거나 나쁜 짓을 해도 혼내지 않고 다 받아줬어요."

민선이는 이와 같은 엄마의 무분별한 용납을 '오냐오냐'라는 말에 담아 표현했고 자신이 비뚫어지게

 두번 째 원인으로 꼽았다.

 

공부에 주력했던 민선이 엄마는 아이들의 인성교육이나 인간으로서의 기본 소양을 닦는 일에는 소홀

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이 예의없이 굴거나 배려심이 없어도, 사회성이 떨어지는 것에도 크게 마음

을 쓰지 않았던 것이다.

 

더 이상 민선이를 조정할 능력이 없다고 판단했을 즈음 민선이 엄마는 민선이 의향과는 전혀 상관없

 아이를 미국으로 보내버렸다. 함께 어울려 다니는 친구들과 떼어놓기 위함이다. 엄마와 분리된 

선이는 제멋대로 살면서 1년을 보냈다. 공부를 하는 것도 아니고 건실하게 지도 않다. 다

한국로 돌아온 민선이의 삶은 여전히 무질서했고 지칠 대로 지친 민선이 엄마는 자신의 딸

렸다. 아이를 포기한 것이다.

"새벽 5시에 들어와도 아무 말 안 해요. 어디 갔다 왔냐고도 묻지 않아요."

 

그런데 정말 원없이 놀았기 때문일까. 이젠 공부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슬그머니 들더란다. (우리집

오게 된 이유이다. 책을 읽다보면 공부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한다. 1년을 유급했지만 민선이

는 현재 갈 수 있는 고등학교가 없는 모양이다. 워낙 출석상황도 좋지 않고 성적은 바닥이고.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로 가야 할 같다는 말을 열 번쯤 했다.)

 

민선이가 공부에 매진하게 되고 성실한 학생이 된다면 변화가 있지 않을까 싶다. 자존감이 높아지면

그처럼 천박한 말과 행동들을 하지 않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아빠한테 배웠어요"

"엄마가 우릴 너무 오냐오냐하며 키워서 그래요" 

자식을 키우는 부모라면 민선이가 했던 이 두 마디를 허투루 흘려 보내면 안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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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내남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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