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메뉴/좋은글

[스크랩] 아이들은 이럴 때 열심히 공부한다

by 박인군 2013. 12. 1.

 

  

굄돌 책 보러가기

 

 

 

가끔 제 수준보다 높은 책에 기웃거리는 아이들이 있다. 자신보다 상급학년 누나나 언니들이 읽는 걸 보고

호기심이 생겨 그럴 수도 있고 지적 허영심 같은 것일 수도 있겠다. 말하자면 '나도 이렇게 어렵고 두꺼운

책을 읽을 수 있어' 라는 걸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그러면 무리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래, 읽어봐"라며

짐짓 모른 척 뽑아준다. 그런데 신기하다. 어려워하면서도 대부분의 이들은 자신들이 선택한 책을 끝

까지 읽어온다. 책을 읽는 동안 수없이 갈등했으리라. 내용이 어려워 이해가 되지 않고 분량이 많다보니

진도가 나가지 않아 책읽는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완독하는 것은 자신

이 선택한 것에 대한 책임감이거나 선생님에게 칭찬받고 싶은 마음, 혹은 '내가 이렇게 두꺼운 책을 읽어

냈어' 하는 식의 으시대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아이다운 우쭐함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학교가는 일에도 흥미없고 책 읽는 것도 불성실하여 수시로 야단을 맞는 동준이(초등5학년)는 시사문

에 관심이 많다. 그러다 보니 6.25나 일제 강점기 등 역사와 관련된 책이나 용산참사를 다룬 책 등 시사성

있는 책을 참 좋아한다. 이번에는 <100°C >라는 책을 읽었다. <<100°C >는 민주화운동의 정점이87

6월항쟁 시기의 엄혹함과 민주주의의 위기를 다룬 책이다. 고지식한 대학생 영호가 대학에 입학

음으로 광주민주항쟁에 대해 알게 되고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을 겪으면서 진지하게 학생운동에 뛰어들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동준이는 이 책을 읽고 나서 드디어 꿈을 정했다고 했다. 공부에는 관심없고

직 축구와 노는 일에만 열중이었던 아이가 난데없이 국회의원이 되겠단다. 그 이유는 단 하나다. 6월

에 관련된 사람들을 모조리 처벌하고 나라의 기강을 바로잡아야 하기 때문이란다. 초등학교 5학

아이야망치고는 참으로 성대하다.

 

이런 일은 종종 있다. 지지리 공부도 못하고 학교에서는 문제아 취급을 받는 아이가 갑자기 눈을 빛내며

수업에 열중하거나 의기를 세워 무엇인가가 되어야겠다는 굳센 다짐을 할 때가 있다. "공부해서 남 줘야

한다"배울 때이다. 아이들이 세상의 불의나 부조리에 분노할 때, 혹은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이 고통

받는 모습을 보고 가슴아파할 때,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너희들이 해야 할 일이 많다. 세상의 부조리를 척결하려면 너희들의 힘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저 그렇게

살다보면 아무런 힘도 쓸 수가 없단다. 너희들이 실제적으로 힘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되어 바르게

이끌어 가야 한다.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에게도 실질적인 도움이 되게 하려면 그 분야의 일을 도하

는 사람들이 특별한 소명의식을 가지고 주어진 임무에 앞장서야 하는데 다들 자리만 차지하고 앉아 탁

공론이나 하고 있으니 어려운 사은 갈수록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좋은 세상은 그냥 오지 않는다. 세

상이 바뀌려면 너희들이 더 똑똑해지고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그런데 참 신기하다. 이런 말을 하면 왜 공부해야 하는지, 자신이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도 알지 못해 억지

로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물론, 공부에는 관심없고 게임이나 노는 일에만 빠져 있는 아이들까지도 모두

가 눈을 반짝인다. 정말 자신들이 세상을 구제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느끼는 것이다. 온 마음으로 그

것을 아들이는 것이다. 아마도 이게 인간의 본성이 아닌가 싶다. 내 가족이나 내 한 몸 건사하는 것도 힘

이 들어 세상 일에 심드렁한 사람들이 많지만 아직 때가 묻지 않은 아이들은 그렇지가 않다. 내특별

사람이 되어 세상을 위해 특별한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아듣지 않는가.

 

다들 자신의 출세나 영욕을 위해 공부한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더 윤택하게

기 위해서이거나 자신의 입신을 위해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말하자면 '나'를 위해 공부하지

으면 안 된다고 가르치는 것이다. 그런데 나만을 위해 공부했던 사람들이 지배하는 세상은 어떤가? 그

들은 특정한 지위에 올라서도 나라와 국민을 위해 일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영달만을 위해 일하고 있지

않는가.

 

아이들이 공부에 더 열의를 가질 때는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공부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을 때이다. 

공부해서 남 주냐고? 남 주라고 가르쳐야 한다. 힘 없고 소외된 이웃을 돕고 부조리한 세상을 밝히기 위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고 가르쳐야 한다.    

 

 

추천은 글쓴 이에게 큰힘이 됩니다.

출처 : 내남없이
글쓴이 : 굄돌 원글보기
메모 :
  • 현재글[스크랩] 아이들은 이럴 때 열심히 공부한다

댓글